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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덥기는 더운데 비는 좀처럼 내리지 않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아쉬운 듯 불볕은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언제부턴가 여름만 되면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도 커진다. 무더위 속에서 잡초는 유난히 빠르게 자랐다. 칡넝쿨은 외곽지 인도와 공터를 점령하고 멀구슬나무와 팽나무, 누리장나무 같은 큰 나무까지 뒤덮었다. 반면 비를 기다리는 콩밭과 당근밭의 흙은 갈라졌고 농민들의 속도 함께 탔다.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에 에어컨은 밤새 돌아갔다.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던 대형 산불과 가뭄, 홍수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탄소배출이 있다. 석탄과 석유, 가스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움직이고 공장을 돌리는 동안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에 내보냈다. 에어컨을 켜는 작은 일상조차 그 전기가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졌다면 탄소배출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멀리 있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다. 지난달 출범한 위성곤 도정이 '기후경제수도 제주'를 내건 것도 이러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바람과 햇빛 같은 제주의 자원으로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줄이고, 앞으로 급증할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에너지까지 결합한다면 기후위기를 새로운 산업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풍력발전기를 더 세우고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만으로 도민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산업의 이익이 외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된다면 지역경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제주형 기후경제는 성장과 함께 분배를 설계해야 한다. 제주의 바람과 햇빛으로 만든 전력이 AI 산업을 키우고, 그 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청년과 중장년, 자영업자와 농어민의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도 값싼 에너지와 새로운 산업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기후경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산업정책이 아니다. 탄소를 끊임없이 내뿜으며 뜨거워진 지구를 다시 살 만한 곳으로 돌려놓기 위한 긴 여정이다. 제주에서 그 여정을 시작한다면 도민 한 사람 한 사람도 탄소배출이 어디에서 생기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그 전환이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 결국 '기후경제수도 제주'의 성공은 전기를 얼마나 더 생산했느냐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도민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함께 물어야 한다. 기후경제의 시작은 탄소를 줄이는 것이고, 그 끝은 도민의 더 나은 삶이어야 한다.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 상임이사·농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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