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책세상] 홍죽희의 '제주 본(本)을 품다'
생명 돌봄 여성들 삶과 닿은 열여섯 편의 조상신 이야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6. 08.28. 01:00:00
[한라일보] 저자는 2024년 여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나눴던 말로 책의 첫 장을 열었다. 입관을 마친 뒤 친척들이 모여 고인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을 때 오래전 외가 장씨 집안에 내려오던 조상신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통해 조상신을 이미 지나간 과거로만 여기지 않고 오랫동안 자손의 삶과 일상을 보살피는 존재로 받아들여왔다는 걸 느낀다. 홍죽희의 '제주 본(本)을 품다'는 바로 그 조상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제는 '나에게 테운 조상인 이야기'. 여기에서 '테운'(테우다)은 어떤 인연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 오래 이어질 때 쓰는 제주 방언이다. 특별한 복이나 재주가 타고났을 때도 '테우다'라고 한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집안을 지켜주는 수호신을 '나에게 테운 조상'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여러 신화학자와 연구자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에 전해 오는 조상본풀이를 오늘의 독자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롭게 다듬었다. '해녀의 조상이 된 허정승 따님아기-구슬할망 이야기'에서 '제주 민중의 마음속에 남은 영원한 영웅-고도채비 이야기'까지 모두 16편이다.

그는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조상신들이 대체로 여성인 점에 주목했다. "생명을 돌보고 공동체를 지탱해 온 여성들의 기억과 힘이 조상 신화를 이끌고 있다"는 저자는 "나의 외가 조상신 이야기에도 자연스럽게 깃들어 있다"고 했다.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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