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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얼마 전 열한 살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고, 아이가 떠나기 며칠 전에는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끝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사건 이후 반복해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분리 보호를 우선 고려하는 등 대응을 강화한다는 대책이 나왔다. 필요한 제도와 절차는 계속 보완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것과 그것이 필요한 순간 아이에게 제대로 닿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여러 번의 신호가 있었음에도 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일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라는 말은 무겁다. 누군가를 학대 행위자로 의심한다는 것, 아이의 삶에 공적인 개입을 요청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아이와 보호자를 일상에서 계속 만나야 하는 학교라면 그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아이의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조금 더 지켜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도움을 요청한 뒤 아이와 가족은 어떻게 될까. 현장에서는 이런 질문 앞에 자주 멈춰 선다. 그 망설임을 탓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안전해야 한다는 마음과 가족과의 관계, 신고 이후의 상황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기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고민일 수 있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신고하는 사람은 아동학대가 이뤄졌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지금 안전한지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공적인 체계에 요청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어른의 시간'과 '아이의 시간'을 생각한다. 어른에게 하루 이틀은 조금 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한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있는 아이에게 그 하루는 유난히 길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도움받을 곳을 스스로 찾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혼자 판단하고 혼자 책임지려 하기보다 함께 살피고 도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렵게 보내온 신호를 받아줄 경찰과 행정, 학교와 지역사회의 대응도 신고 이후까지 이어져야 한다. 아이를 보호하는 일은 때로 그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건네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아이들은 언제나 "도와주세요"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행동으로, 결석으로, 상처로,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우리가 그 모든 신호의 의미를 처음부터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먼저 묻고 싶다. '지금 이 아이는 괜찮은가.' 그 질문에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오지선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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