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주의 역설; 전기가 남아서 버리는 섬

[열린마당] 제주의 역설; 전기가 남아서 버리는 섬
  • 입력 : 2026. 06.10(수) 01:00
  • 홍희기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제주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장 앞서 이끌어온 지역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전기 부족이 아니라 남아도는 전기다. 재생에너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계통이 감당하지 못해 멀쩡한 발전기를 멈춰 세운다. 바로 출력제어다. 제주의 출력제어는 몇 년 사이 수십 회에서 3배가량으로 늘었다. 깨끗한 전기를 쓸 곳이 없다는 이유로 버리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생산이 아니라 운영에 있다. 에너지가 남는 시간과 필요한 시간이 어긋나는 '시간 불일치'가 핵심이다. 실제로 전력거래소가 제주에서 실시간시장·입찰시장 시범사업을 벌이자 지난해 여름 일부 설비의 출력제어가 전년의 4분의 1로 줄었다. 발전량이 아니라 운영을 바꿨을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생산한 자리에서 곧바로 쓰는 '자체 소비'다. 건물과 온실이 옥상에서 만든 전기와 열을 그 자리에서 냉난방·제습에 쓰면, 출력제어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 문제가 된다. 자체 소비는 도정이 조례와 지원으로 당장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 영역이다.

마침 위성곤 도지사 당선인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제주의 CFI 2035도 이제 '얼마나 생산하느냐'에서 '어떻게 운영하느냐'로 물음을 바꿔야 할 때다. 40년 재생열에너지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강조하고 싶다. 제주의 다음 도약은 설비의 양이 아니라, 만든 에너지를 그 자리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운영의 지혜에서 나온다. 제주가 재생열에너지의 메카가 되기를 바란다.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명예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2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