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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의 문화광장] 공립미술관 최초의 건축가 전시 ‘제주체’를 감상하고…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6. 02.10. 02:00:00
[한라일보] 2026년 벽두의 제주 문화예술계에는 의미 있는 문화행사가 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공동주관해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공립미술관 최초로 건축가 김석윤의 초청기획전 '제주체(濟州體)'가 개막한 것이다. 이번 기획전은 비로소 제주에서 건축이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서 지위를 얻은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제주도민들도 제주체 전시를 통해 공립미술관에서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생소한 체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제주체란 무엇인가?'란 의문이 있다. 이는 2014년 발간된 작가의 저서 '제주체'에서 인용한 것으로, 작은 의미로는 완당 김정희의 '추사체'가 있듯이, 김석윤의 건축적 이념을 수렴하는 하나의 기질로서의 제주체다. 큰 의미로는 동시대적 제주 건축의 정체성으로 확대해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면 건축가가 나고 자란 화북 생가의 거대한 모형이 마중한다. 후배 건축가 오정헌의 작품으로 지방문화재인 제주 와가와 함께해 온 건축가 김석윤의 삶을 시간층으로 분리해 수직으로 적층함으로써 이 주택과 작가의 관계성을 함축한다. 더불어 한쪽 면에는 선친이신 김광추 선생의 예술성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인트로는 김석윤의 작가성이 어린 시절의 물리적 환경과 가족에서 비롯됐음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전시 전체에 작동한다.

다음 전시실은 건축가론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전이 공간에서 감상하는, 무용과 건축의 콜라보 영상이 압권이다. 제주 땅에서 생성돼 생명을 얻는 건축의 탄생을 무용으로 표현한다. 김석윤 건축의 존재론적 시원을 담아낸 영상작업이다. 주 전시는 제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시기별 대표적인 주거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철저한 모더니스트 건축가로 제주에 환도해 지역주의 건축가로 변이하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을 통해 실존적 주체로서의 건축가 김석윤을 만날 수 있다.

메인 전시실에서는 김석윤의 건축론을 풀어내고 있다. 엄선한 15개의 건축 작품이 한국건축사진가회 회원의 사진과 후배 건축가 30인이 건축 요소별로 재해석해 제작한 모형으로 전시된다. 김석윤의 건축이 제주 곳곳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지역성을 담아낸 건축 어휘와 공간을 어떻게 구사하고 있는지 살피는 동안, 제주체의 의미는 한층 더 확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전시공간은 김석윤의 영상이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넘어서서, 평생 추구했던 제주 건축을 향한 서사이며 미래를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에 진중한 울림이 있다.

미술관을 나서며 이 근사한 전시를 위해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썼던 김지희 큐레이터 및 제주 건축계 후배들의 얼굴들을 경외의 마음으로 떠올린다. 그들의 바람처럼 제주체 전시는 제주 건축이 진일보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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