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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 견인된 지명 유래 [한라일보] 검게 보인다는 신기한 오름이 있다. 제주시 연동 표고 438.8m, 자체높이 129m의 검은오름이다. 남사면은 등성마루가 동-서로 평평하고 가파르다. 북사면은 세 가닥의 등성이를 이룬다. 분화구는 북쪽으로 향해 열려 있어 전체적으로 말굽형이다. 오름명의 유래라면서 '검은'은 '감'에 뿌리를 둔 옛말로, 신성의 뜻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 어느 책에는 "예로부터 오름이 검게 보인다는 데서 '금을오름' 또는 '검은오름'이라 했으며, 오늘날 '거문오름'으로 쓰는 것은 '검은오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라고 했다. 용감한 주장이다. 과연 이 오름이 지명에 반영할 만큼 검게 보일까? 밤에 보면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훤한 대낮에 볼 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볼 때, 불이 나기 전후에 볼 때 제각각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이 오름이 유난히 검게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닐까. 지명이란 오래전부터 전승돼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언어에 끼워 맞추려 하다가는 엉뚱해지기 쉽다. 사실 이 오름은 분석구로서, 침식면을 보면 붉은 송이로 돼있음을 알 수 있다. 여타의 오름들과 색깔의 차이가 없다. 이 오름의 지명 '거문-' 혹은 '거믄-'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길게 연달아 있어서 산맥처럼 보인다는 특징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 오름은 동서쪽 어느 곳에서 봐도 봉우리가 여러 개이며, 분화구 정상을 한 바퀴 돌아보면 봉우리가 여럿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오름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지형은 아니다. 선흘리 거문오름, 송당리 거문오름 등에서도 공통적이다. 본 기획 관련 오름편을 참조할 수 있다. 주장에는 근거가 제시돼야 지명이 비슷한 오름이 또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표고 63.5m, 자체높이 34m의 낮은 오름이다. 단산의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어 같은 오름의 일부로 인식하기 쉽다. ![]() 이 오름의 지명은 원대정군지에 '금산(琴山)'으로 표기된 것이 고전의 기록으로는 유일해 보인다. 이에 대해 입산을 금지했던 산, 곧 금산(禁山)에서 유래한 지명이라 설명한 책이 있다. 오름 정상과 주변에 일제강점기 말 태평양전쟁에 대비해 파놓은 땅굴이 여러 개 있다고 부연해 이런 연유로 출입을 금지했다고 보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이 오름에는 11개나 되는 갱도 진지가 발견된다. 그런데 2012년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 전수 실태조사 보고서(Ⅱ)'에 따르면 제주도에 구축된 일본군 진지는 총 104개소에 달한다. 이 숫자는 개별 진지 동굴이 아니라 진지들의 집단을 말하는 것으로 이 정도 숫자의 오름에 진지가 구축됐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렇게 진지 동굴이 있는 많은 오름 중 금산(禁山)이라고 불리는 오름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것은 "일제가 파놓은 땅굴 때문에 금산(禁山)이라 했고, 여기에서 금산(琴山)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고 추정하는 것은 억지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오름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있었는데 군사시설 때문에 지명이 새롭게 붙었다면 그전에는 뭐라고 불렸는지 아무런 제시가 없다. 산등성이가 긴 '금산' '원대정군지'라는 책이 출간된 것은 20세기 중반으로, 비교적 최근의 기록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기록과 채록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 책에 제시한 '금산(琴山)'이란 지명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이 오름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전체적으로 좁고 길다는 데 있다. 마치 산맥처럼 보인다. ![]() '검은오름'이 오히려 '거문오름'에서 유래했다. '거문오름'이란 '산맥 같은', '봉우리가 연달아 이어진' 오름이란 뜻이다. '거문오름'을 '검은오름'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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