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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의 한라시론] '탄탄한 독서'가 그 어떤 선행학습보다 먼저다
김용성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6.18. 02:00:00
[한라일보] 자녀에게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학원 다니느라 여력이 없어 독서를 소홀하게 된다는 학부모가 많다. 시간 투자 대비 효용성이 있는지 독서를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독서의 학습 효용성을 따져보자. 교과서를 깊이 이해하고 통찰하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문제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고 절로 학습력이 향상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줄어들어 독서의 질적 발달이 결핍된 상태에서 고등학교 내신이나 수능 공부할 때 그때야 비로소 독서의 진가를 확인하고 후회하게 된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으려면 단순 이해보다 추상적 논리적 사고에 능하며 '유추'와 '추론'을 통한 지식 응용과 확장에 능숙해야 한다. 고등학교 독서 영역 성취 기준은 '글을 읽으며 제재에 담긴 지식과 정보의 객관성, 논거의 입증 과정과 타당성, 과학적 원리와 응용과 한계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함'에 있다. 책을 통찰하고 적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은 '독서 기본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탄탄한 독서력은 국어뿐 아니라 사회, 과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고도의 문해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 발달 단계를 1단계 예비 독서가, 2단계 초보 독서가, 3단계 해독하는 독서가, 4단계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 5단계 숙련된 독서가로 구분한다. 수능 고득점은 4단계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와 관련된다. 초보 독서가 단계에서 불수능을 대비한다고 국어 학원을 전전해도 평소 독서를 소홀히 했다면 교과서 참고서를 제대로 읽어내기도 쉽지 않다.

또한 독서는 그 자체가 '두뇌 트레이닝'이며 '공부의 기초 체력'이다. 초등학교 때는 사실 그 어떤 선행보다 독서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 현명하다.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이로움도 있지만 학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부를 잘하고자 한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생각하고 헤매고 다시 읽고 정리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탄한 독서' 활동에 빠져볼 기회를 줘야 한다. 책을 붙든다고 절로 공부되는 게 아니듯, 논리적 흐름을 잡고 난해한 내용을 조리 있게 이해하고 지식을 구조화하는 두뇌 활동을 충분히 연습해 본 아이가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로 학습 활동을 더 능숙하게 실천할 수 있다. 아무리 기술 좋은 축구 선수도 기초 체력이 안 되면 점점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독서는 나무에서 '뿌리'와 같다. 눈엔 안 보이지만 나무가 얼마나 튼튼하게 성장할지 강풍에도 버틸 수 있는지 가늠케 해 준다. 뿌리가 빈약한 상태에서 줄기가 커가고 열매가 풍성할 수 있을까? 열매가 중요하다고 해서 선행학습에 집착하기보다 당장은 성과가 눈에 안 보여도 '튼튼한 뿌리'가 자리 잡도록 어릴 때부터 탄탄한 독서를 제대로 즐기게 하는 게 궁극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한다.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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