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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마중물'은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자녀 교육에서 마중물은 아이를 대신해 억지로 물을 퍼 올리는 개입이 아니라, 아이 내면에 이미 있는 잠재력과 호기심이 스스로 터져 나오도록 돕는 최소한의 지지를 말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메마른 잔을 채워주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대신 판단해주고, 학원 시간표를 정교하게 짜며, 인생의 굴곡을 미리 평탄하게 닦아놓는다. 심지어 아이가 목마름을 느끼기도 전에 완제품 생수를 병째로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밖에서 부어 넣은 물은 아이의 갈증을 근본적으로 풀어주지 못한다. 잔이 비면 누군가 물을 부어줄 때까지 무기력하게 입만 벌리고 기다릴 뿐이다. 아이 내면에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 아이도 부모도 같이 불행해진다. 마중물의 본질은 바닥에 이미 고여 있는 샘물을 스스로 길어 올리게 만드는 자극이다. 부모의 역할은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첫 물꼬를 트는 사람'이어야 한다. 마중물 한 바가지가 들어가면 그다음부터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는 100% 지하 암반수의 몫이듯, 결국 올라오는 물은 아이 자신의 것이어야 맞다. 부모의 기획이나 통제보다, 아이가 스스로 본연의 역량을 갈고 닦아 결국 성취까지 이뤄보는 경험을 누리게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중심 잡아주는 조력자 역할로 그 비중이 절대 작지 않다. 부모가 주는 적절한 디딤돌 역할을 '비계'라 한다. 비계는 건축물이 완성되면 철거되어야 한다. 마중물 역시 지하수가 솟구치는 순간 사라진다. 부모의 지원은 아이를 영원히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서서히 손을 떼는 게 맞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캥거루족(부모와 동거하며 경제적 도움을 받는 청년) 비중은 연령대에 따라 약 50%에서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지원의 냉혹한 결과로 뼈아프게 직시해야 할 점이다. 영국의 소아과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위니콧(D. Winnicott)은 '완벽한 부모'가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아이의 모든 필요를 미리 알아서 채워주는 완벽함 대신, 약간의 결핍과 좌절을 겪게 두면서 안전기지 역할을 해주는 '충분히 좋은 부모'가 건강한 자아를 만든다고 했다. 가정을 벗어나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규칙을 배우고, 때로는 또래와의 갈등 속에서 부딪히며 해법을 찾는 모든 순간이 아이에게는 '삶의 근육'을 키우는 연습이다. 서툴고 느리더라도 부모는 기꺼이 기다려주며,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딛고 일어서도록 응원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자녀가 겪어야 할 최소한의 갈등과 실패마저 부모가 온몸으로 막아서는 게 궁극적으로 자녀에게 도움이 될까? 아이의 자생력을 믿지 못해, 펌프 손잡이를 놓지 못하고 펌프질하느라 여념 없는 부모에게 솔직히 되묻고 싶다.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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