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지방자치와 문화정치

[김준기의 문화광장] 지방자치와 문화정치
  • 입력 : 2026. 03.31(화) 01:00
  • 김준기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지자체(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극도로 싫어한다. 예컨대, 제주도가 단체인가? 행정 용어 '제주도'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결성한 '단체'가 아니라, 제주 섬을 관할하는 '지방정부(local government)'의 이름이다. 지자체라는 말은 중앙집권의 오랜 역사 전통과 한반도의 특성 때문에 지역정치를 괄시하는 관념에서 나온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리를 파견하던 시대의 발상이다.

지방정부로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갖고 있다. 제주도 지방정부는 그 이름에 걸맞게 '특별한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말만 자치도이고 실제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구심력에 끌려다니는 상태로는 지역정치를 실행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다시 생각해 보자. 자치정부의 일은 국가정부 단위의 결정 권한 바깥에 그 주안점이 있다. 거대담론을 앞세우기보다 돌봄과 배려의 정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그것은 개발주의를 앞세운 경제의 정치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의 정치이다.

정부 편제상 문화 정책은 크게 예술과 관광, 체육 세 가지로 나뉜다. 흔히들 문화로 통칭하는 분야는 대체로 예술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문화와 예술은 예컨대 과학과 기술처럼 그 범주 자체가 다른 개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술이 마음의 문화라면, 체육은 몸의 문화다. 여기에 삶의 가치를 안팎으로 공유하는 장치로 관광을 얹으면 문화 전반의 행정체계가 완성된다. 문화를 행정의 잣대로 좌우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지만, 행정의 규정력이 막강함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에 이 틀에 맞춰 문화정책 전반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관광을 제1의 경제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 관광이라는 것이 자연관광에 크게 기댄 것이어서 한계가 명확하다. 자연을 넘어선 문화관광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자연관광지가 넘쳐나는 동남아시아와 비교해 봐도 제주도는 자연에서 문화로의 확산이 필수불가결하다. 일본의 경우 자연관광과 문화관광을 적절하게 안배해 왔다. 지난 30여 년간 일본의 여러 도시를 다녀본 결과 문화관광 면에서 뚜렷한 진일보를 느낀다. 스스로 평온한 삶을 누리며 흥미로운 문화적 요소들을 키워갈 때,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는 점을 일본 도시들을 보면서 실감하곤 한다.

20세기 정치는 시민들에게 잘살게 해 주겠다는 장밋빛 공약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젠 빛바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공허한 개발 공약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문화정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정신문화를 창출하는 문화정치야말로 시민의 삶과 직결하는 삶의 정치가 아니겠는가. 살아있는 정책과 사업으로 평화정신을 실천에 옮겨야 평화의제를 장착한 제주정신이 바로 설 수 있다. 이 현란한 정치의 계절에 문화정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0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