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80] 3부 오름-(139)뒤꾸부니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80] 3부 오름-(139)뒤꾸부니오름
뒤꾸부니 그리고 뒤꾸부니, 앞꾸부니는 어디에?
  • 입력 : 2026. 07.21(화) 03:00  수정 : 2026. 07. 21(화) 07:02
  • 김찬수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외륜의 일부만 남아 구부러져

[한라일보]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4504에 위치해 있다. 표고는 206.2m이며, 자체높이는 36m에 불과하다. 둘레 1188m, 저경 389m, 면적 5만4168㎡다. 길이가 약 740m에 달하는 데 비해서 가운데 부분 기준 폭이 약 150m로 기다랗게 보이는 오름이다. 등성마루도 460m 정도에 이르는데 기복이 거의 없는 평평한 특징을 보인다. 분화구는 직경 170~180m 정도의 원형에 가깝다. 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화산활동 당시에는 동그렇게 분석구가 쌓여 원형의 외륜을 형성했을 테지만, 현재는 그중 높게 만들어진 일부가 남아 있는 형태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이 오름은 좁고 긴 형태면서 구부러져 보이며 전체적으로 낮고 평평하다.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는 이 오름을 후곡악이라 하고, 뒤굽은이, 뒤곱은이, 뒤꾸부니, 후곡악(後曲岳), 후부악(後俯岳) 등을 병기했다. 그러면서 산 모양이 뒤로 굽어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고 했다. 네이버 지도는 뒷굽으니오름으로 표기했다.

성산읍 수산리 뒤꾸부니오름. 서쪽에서 촬영했으며, 남서쪽으로 벌어져 있다. 김찬수



1709년 탐라지도에는 구분악(九分岳), 일제강점기 지도와 1954년 증보 탐라지 등에는 후곡악(後曲岳)으로 표기됐다. 주변의 비문에는 후부악(後俯岳), 후궁요(後弓凹), 후궁(後弓) 등으로 표기됐다고 한다. 구분악(九分岳)이라는 표기는 뜻과는 무관하게 '굽은오름'을 나타내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음가자 표기다. 후곡악(後曲岳)이란 '뒤 후'와 '굽을 곡'을 결합해 훈가자 표기 방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 지명 표기를 '뒤로 구부러진 오름'의 취지로 쓴 것이라 이해한다면 훈독자 표기라 할 수 있으나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부러진 방향이 뒤쪽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면 훈독자 표기라고 할 수 있다. 오름에도 앞뒤가 있었을까?

후부악(後俯岳) 역시 '뒤 후'와 '구부러질 부'이므로 위의 '후곡악'과 같은 취지다. 후궁요(後弓凹)는 '뒤 후', '활 궁', '오목할 요'의 결합이므로 뒤로 활처럼 오목한 모양의 오름이라는 취지로 쓴 표기일 것이다. 후궁(後弓)도 유사한 취지로 표기한 것이다.



뒤, ‘퍼지고 평평한’의 고대어

일찍부터 '굽은오름'으로 부르고, 뒤굽은오름 또는 뒤굽은이오름이라 하여 후곡악, 후부악 등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어느 책에는 '굽은오롬'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구분악(九分岳)으로 표기한 것이며, '뒤굽은오롬' 혹은 '뒤굽은이오롬'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후곡악(後曲岳), 후부악(後俯岳) 등으로 한자를 차용해 표기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뒤쪽이 구부러져 있다는 데서 이렇게 표기한 것이라고 했다. 뒤쪽이란 북쪽이라 했다. 이 설명을 보자면 첫째 뒤쪽이 구부러져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구부러진다는 속성이 어느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여기서는 뒤쪽(북쪽)이 구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뒤쪽(북쪽)이 구부러져 뒤굽이오름 혹은 후곡악이라고 했다면 앞굽은이오름 혹은 전곡악이라고 하는 대비지명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논리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또 하나, 사실 이 오름은 남서쪽으로 굽어 있다. 왜 북쪽이 굽어 있다고 전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구좌읍 송당리의 뒤꾸부니오름, 남쪽에서 촬영했으며, 북쪽으로 벌어져 있다. 김찬수



또 다른 뒤꾸부니오름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39-1에 위치해 있으며, 표고 251.6m, 자체높이 52m, 둘레 1197m, 저경 416m, 면적 7만4274㎡다. '제주의 오름'에는 뒤굽은이를 대표 지명으로 하고, 뒤꾸부니, 뒤곱은이, 후곡악(後曲岳)을 병기했다. 네이버 지도는 뒤굽으니오름으로 표기했다. 폭은 약 140m 정도인데 길이는 550m 정도나 되는 긴 오름이다. 등성마루는 480m 정도다. 북쪽에 직경 60~80m의 분화구 3~4개가 있다. 다만 분화구들은 서로 인접하고 각 분화구 사이는 낮은 언덕 정도로 평탄하다. 이 분화구들 모두를 하나의 분화구로 간주한다면 분화구 전체 직경은 300m에 달할 것이다. 이 분화구 남쪽으로 형성된 외륜의 일부가 남아 있는 형태다. 그러므로 이 오름은 북쪽으로 굽어 있는 형태다.



구부러지면 모두 뒤꾸부니?

어느 책에는 북쪽으로 벌어져 있고 뒤(남쪽)가 둥글게 구부러져 있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성산읍 수산리의 뒤꾸부니는 북쪽이 구부러져서 뒤꾸부니라 하더니 여기서는 남쪽이 구부러져서 뒤꾸부니라 한다. 이런 식이라면 구부러지기만 하면 다 뒤꾸부니가 되는 것이 아닌가?

1709년 탐라지도에 북곡악(北曲岳)이라고 표기된 것을 비롯해 북곡(北曲), 후곡악(後曲岳), 후궁악(後弓岳), 후궁악(后弓岳), 후궁요(後弓凹) 등으로 기록됐다. 대체로 위 성산읍 수산리 뒤꾸부니와 같다.

이 두 오름은 직선거리로 7.6㎞ 정도 떨어져 있다. 꽤 먼 거리임에도 이름이 같다는 것은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두 오름은 구부러져 있고, 넓게 벌어져 있으면서 기복이 뚜렷하지 않아 평평하다는 점에서도 같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뒤꾸부니 혹은 뒤굽은이는 '뒤+꾸부니' 혹은 '뒤+굽은이'다. 여기서 '굽은이'는 '굽은+이'로서 '굽은 자'라는 뜻이다. '굽다'란 '곱다'의 음성모음형으로 '한쪽으로 휘어 있다'는 뜻을 갖는다. 그럼 '뒤'란 무엇인가? 여기에 덧붙은 '뒤'란 '앞'의 대응형이 아니다. '앞꾸부니'란 지명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말은 고대어로 '퍼지고 평평하다', '산의 평평한 사면'의 뜻을 지니는 말이다. 투르크어 기원이다. 본디 발음은 '돗'~'됏'과 유사하다. 이런 발음이 점차 (앞이 아닌)'뒤'를 연상시키면서 '뒷'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한 것이다. 뒤꾸부니오름이란 사면(slope)이 퍼지고 평평한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8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