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민에게 비행기는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배편도 있지만 병원 진료나 시험, 가족 방문을 위해 다른 지방을 오가야 할 때 여유롭게 배를 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 좌석은 지난 7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했다. 6월에는 1년 전보다 9.1%(22만5400석), 7월에는 4.5%(11만4700석)가 줄었다. 하루 평균 각각 7500석과 3700석의 좌석이 사라진 셈이다.
공급 좌석이 줄면서 운임 할인 폭도 축소돼 이용객 부담은 더욱 커졌다. 최근의 높은 항공 운임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항공시장을 양분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2006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저비용항공사(LCC)가 잇따라 취항하기 전에는 주중·주말·성수기 정도로 운임이 구분됐다. 이후 여러 항공사가 경쟁하면서 다양한 할인 요금이 등장했고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최근의 항공 좌석 부족 문제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에 대형 항공기를 우선 투입하고 있어서인데, 민간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제주도민의 이동권이 흔들리는 구조를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문제의 핵심은 섬 주민의 이동권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에 있다. 해외에는 도서 지역의 항공교통을 공공성이 필요한 필수 교통망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례들이 있다. 스페인은 카나리아제도와 발레아레스제도 주민의 본토 이동 편의를 위해 항공운임을 75% 할인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도 섬 지역 등 일부 외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항공료 할인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제주와 카나리아제도 등 해외 사례는 항공 수요, 인구 규모, 지리적 여건 등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논외로 할 일은 아니고, 충분히 참고할 만한 사례다.
최근 제주지역 국회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제주도민 이동권 보장 3법'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제주처럼 항공교통 외에 다른 교통수단으로 다른 지역을 오가기 어려운 지역의 노선을 '필수항공운송노선'으로 지정하고, 최소 운항 횟수와 좌석 공급량을 정하는 한편 도민 항공운임 지원과 좌석 우선 배정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도민이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특혜 요구가 아니다. 수도권 주민들이 지하철과 도로 등 촘촘한 교통망을 이용하는 것처럼,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이동 비용을 국가가 일정 부분 보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 진료나 가족의 장례 등 긴급한 사정으로 제주와 내륙을 오가야 하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도민들이 있다. 언제까지 제주도민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것인지, 정부는 이제 답해야 한다. <문미숙 경제부동산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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