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서 허위자백 외워" 간첩 내몰린 제주 피해자들

"맞으면서 허위자백 외워" 간첩 내몰린 제주 피해자들
4·3도민연대, 제주조작간첩사건 증언·토론회 개최
재일실업인·제주도민 일본방문 조작사건 피해 증언
"보상금만으로 피해 보상 안돼… 당사자 사과해야"
  • 입력 : 2026. 10.27(화) 16:55  수정 : 2026. 10. 27(화) 17:06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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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스타호텔에서 4·3도민연대가 주최한 ‘제주조작간첩사건 증언 및 토론회’에서 간첩조작 피해자 김추백 씨의 딸 김호정 씨가 증언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과거 중앙정보부의 조작으로 간첩으로 내몰렸던 제주인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를 직접 증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27일 아스타호텔 3층 회의실에서 '제주조작간첩사건 증언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가 2022년부터 4년간 간첩조작사건의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에서만 90명의 공식 피해자가 확인됐다. 이중 49명은 재심을 통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날 증언·토론회에는 재일실업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김추백 씨의 딸 김호정 씨와 제주도민 일본방문 간첩조작의 피해 당사자인 강희철 씨가 참여해 증언했다.

재일실업인 간첩단 조작사건은 1977년 재일교포 사업가인 강우규 씨가 간첩으로 내몰리고, 그의 동생과 직장 동료 등 10명이 공범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강 씨가 '북괴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재일교포 사업가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했다며 강씨 등 11명을 강제 연행하고, 가혹행위를 해 허위자백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사연은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드러났다. 이후 재심 신청이 이뤄졌고, 대법원은 사건에 연루된 11명에게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호정 씨는 "1977년 2월 아버지가 끌려가던 기억이 남아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야 어머니가 간첩조작사건으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며 "재심을 준비하거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고통스러우신 분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27일 아스타호텔에서 4·3도민연대가 주최한 ‘제주조작간첩사건 증언 및 토론회’에서 간첩조작 피해 당사자 강희철 씨가 증언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또 다른 피해자인 강광보 씨와 강희철 씨는 각각 제주에서 태어난 뒤 일본으로 밀항했다.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강제송환됐으며, 귀국 직후 중앙정보부의 수사를 받았고 간첩으로 조작돼 복역했다.

강광보 씨는 1941년 제주시 화북리에서 출생, 1962년 일본으로 밀항해 1979년까지 거주했다. 강 씨는 1985년 다시 연행돼 지하실에서 갖은 고문을 당한 끝에 허위자백했다. 이후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1991년이 되어서야 출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강희철 씨는 1958년 제주 조천읍 신촌리에서 태어나 1975년 일본으로 밀항했다. 불법체류 혐의로 1982년 제주로 강제송환된 직후 중앙정보부의 수사를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1986년 4월 당시 제주도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된 뒤 132일간 불법구금됐다. 조사 과정에선 가혹행위가 이어졌고, 음식물 섭취도 제한된 상태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결국 그는 1998년 가석방될 때까지 12년간 복역했다.

강희철 씨는 "경제활동을 하려 했지만 신원조회를 해서 얼마 못 가 (회사에서) 잘렸다.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아팠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었다"며 "여전히 구타를 당한 부위에 통증이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 치료보다도 진상규명이 우리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보상금보다도 당사자들의 사과를 받고 싶고,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제주도에서 대공업무 수사했던 사람들 중에 자기 양심을 밝힌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죽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증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상철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소장은 "피해자들이 재심은 법적 낙인을 지우지만 삶의 시간과 관계를 자동으로 복원하지 못한다"며 "한 사람의 무죄에서 시작해, 그를 간첩으로 만든 국가의 구조와 책임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아스타호텔에서 4·3도민연대가 주최한 ‘제주조작간첩사건 증언 및 토론회’가 열렸다. 양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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