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녹색' 위해 숲 줄이는 제주의 역설"

"미래의 '녹색' 위해 숲 줄이는 제주의 역설"
제주비엔날레 국제 심포지엄 '방법으로서의 로컬'
'풍력발전기의 물질성' 등 익숙한 발전 문법 재검토
대안적 제주 미래 상상 속 폐허·동굴·무덤 '삼다' 제시
  • 입력 : 2026. 11.01(일) 17:28  수정 : 2026. 11. 01(일) 19:3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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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제주비엔날레 국제 심포지엄 '현장에서 새로운 실천을 찾기:기술' 세션 발표 후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공간에 서식하는 동물, 식물의 소멸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말머리에 반드시 붙이는 말이 있다. 그건 '물론 저희도 풍력발전에 동의하지만…'이다. 물론 나도 풍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기후 위기와 탄소 감축 담론이 곶자왈 숲 공간을 뒤바꾸어 놓고 있다. 곶자왈 숲을 마치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거대한 기후 담론을 명목으로 재생 에너지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당위로 바라보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 국제 심포지엄의 '현장에서 새로운 실천을 찾기:기술' 세션 발표자로 나선 조승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한 발표문 '바람과 미래: 제주 풍력발전기의 물질성'을 읽어 내려갔다. 제주가 어떤 방식으로 풍력발전을 확산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서 제주를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이 섬에 둥지를 틀었다는 그였다.

이날 조 연구교수는 제주의 '좋은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할 땅밑이 주로 현무암이라는 점을 짚었다. 현무암은 풍력발전기처럼 키가 크고 무거운 설비를 지탱하지 못하는 탓에 그것들을 세우려면 그 아래 화강암층이 보일 때까지 모두 파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무암을 파낸 땅은 시멘트로 메워지는데 그 양이 육상 풍력발전기 한 기당 수백 톤 규모라고 했다.

그는 "제주의 돌이 소멸하고, 수천, 수만 톤의 시멘트로 대체되는 과정을 목격한 다음에 바라보는 제주의 탄소 없는 미래는 차가워 보였다"며 "미래를 더 '녹색'으로 만들기 위해 제주의 숲을 줄이는 과정이 동반"되는 제주의 모습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모습을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정책 입안자의 시선은, 제주의 땅 위에 발을 디디고 돌과 바람을 만져본 사람의 경험, 기대와 어긋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새로운 실천을 찾기:기술' 세션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관과 발전의 문법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감각을 요청하는 연구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전원근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삼다도'들: 포스트 인류세를 상상하는 방법론' 발표에서 대안적 미래를 이야기했다.

'청정제주'를 예로 들며 "우리가 당연하게 좋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표어라도 그것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혐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전 교수는 "제주를 다시 정의하는 삼다의 키워드로 폐허, 동굴, 무덤을 제시하고 이것들이 보여주는 행위성을 교란, 감염, 배회로 의미화했다. 전 교수는 "폐허와 동굴, 그리고 무덤들은 위에서 정해준 '좋은' 표어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개발을 방해하는 정치적 행위자다. 또한 자원이 될 수 없거나 자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행위자이며, 미래성을 괴이함과 낯섦, 어두운 본질과 함께 구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미학을 요청하는 행위자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제주비엔날레 심포지엄은 '방법으로서의 로컬'을 주제로 열렸다. 로컬을 물질, 생명, 기술(예술)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며 끊임없이 재조직되고 재구성되는 환경으로 바라보고 인간, 자연, 기술이 함께 구성하는 공통 세계에서 펼쳐질 새로운 가능성 탐색과 이를 위한 실천과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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