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14)조천읍 선흘2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14)조천읍 선흘2리
2025년 조천읍체육대회 종합우승 마을
  • 입력 : 2026. 06.12(금) 03:00
  • 양기훈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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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흐뭇하고 아름다운 과장이다. 종합우승이라고 하는 것은 없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쟁쟁한 관내 마을들과 경쟁해 트로피를 3개나 차지했으니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 이유는 이주민이 90%에 육박하는 마을에서 보여준 단결력이 이 정도라는 것이 마을공동체와 주민들의 일체감이 경이로움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조상 대대로 함께 이웃해 살아온 마을들이 강한 결속력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마을이 좋아서 애정을 가지고 정착한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의식이야말로 제주의 미래에 크나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골채오름 벚꽃축제와 같은 행사도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이뤄내는 모습은 참으로 귀감이 되는 사례다. 마을공동체를 이끄는 임원들이 추구하는 마을 모습은 거창한 사업이 이뤄지는 마을이 아닌, 분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보면 해맑게 인사하는 마을. 이곳이 좋아서 모여들었다는 공통점이 생성하는 에너지가 소박하면서도 강렬하다. 번영로와 인접한 마을 중에 가장 번영하는 마을이 될 것이라 주장하는 주민들의 웃음 띤 얼굴로 보아 행복마을 만들기에 이미 성공한 듯하다.

조천읍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마을. 남과 북의 경계는 남쪽 교래리와 접한 천미천에서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선흘1리 알밤오름의 끝자락까지다. 동쪽은 구좌읍 덕천리, 서쪽은 교래리, 와산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남쪽 지형이 높고 북쪽이 낮은 남고북저형의 경사를 보이고 있지만 정주공간이 있는 마을은 오름들로 둘러싸여 있는 환경이다. 우진재비오름, 알밤오름, 웃밤오름, 거문오름, 민오름, 부대오름 등이 이 마을에 정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들이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오름은 선흘곶자왈과 용암동굴의 발원지로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명칭인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명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검은오름 분화구 안의 생태계는 상록수, 낙엽수, 침엽수가 혼효림을 이루고 있으며 노루, 오소리, 큰오색딱다구리, 호랑지바귀, 어치, 박새, 긴꼬리딱새, 팔색조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선흘2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세계자연유산마을에 포함되면서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다가 세계자연유산센터가 검은오름 입구에 2012년 9월에 문을 열면서 마을의 위상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해가 갈수록 제주를 여행하면서 들려야 할 곳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마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상설전시관, 기획전시실, 4D영상관, VR체험존 등을 통해 제주의 자연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유명세를 통해 마을이 알려지기도 하지만, 오름으로 둘러싸인 안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없이 좋아서 그냥 걷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자연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품어주는 곳은 없으니까. 힐링마을로서의 부가가치는 지속가능성의 토대다.

이주민이면서 이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이승철 이장에게 선흘2리의 자부심을 묻자 "건강과 힐링"이라고 대답했다. 마을주민들의 최대관심사를 마을사업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사명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했다. 조천읍체육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는 것도 평소에 건강과 체력관리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주민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장수브랜드를 선흘2리가 보유한 대표가치로 설정하고, 힐링건강마을의 기조를 꾸준하게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200평 이상 되는 전천후 실내체육시설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행정관청에 요구를 해온 사안. 마을 영역 안에 있는 도유지들은 작은 크기로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현실이다보니 세계자연유산본부 인근 접근성이 편한 곳에 주민건강을 위한 체육관이 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를 희망하며. <시각예술가>





오름이 품은 마을
<수채화 79cm×35cm>


마을학교 '품다' 마당에서 만난 무대장식이면서 조형그늘집 같은 분위기의 스테인리스 구조물에서 자연스럽게 오름의 이미지를 발견했다. 참으로 감각적인 스타일로 실용성까지 추구한 형태를 그리게 된 것이다. 오름의 곡선을 가져오기 위한 공간적 의자가 강렬하다. 주변의 길과 집들 그리고 나무들이 차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서 유월의 태양광선을 향유하고 있다. 상징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야외에서 설명하거나 작은 공연을 위한 단상과 같은 느낌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귀한 자태를 보유하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 그리는 것이 저 오름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정해 그린 것이 이것이다. 미러스테인리스를 가지고 만든 아치기둥에 반사된 주변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다. 아치 위에 올려진 오름 느낌의 지붕을 통해 오름이 품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놀랍도록 분명하게 전달받는다. 그리하여, 제목이 정해진 것. 오름이 품은 마을. 마을 전체에서 풍겨 나는 평화로운 느낌이 어쩌면 저 모습으로 상징화돼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심사숙고를 통해 마을 상징물로 발전시켜 주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그림의 형식을 빌어 건의하고 싶다.

평면 깃발의 시대에서 입체상징물의 시대로 미래지향적 변화가 흘러가는 작금의 현실에서, 세계자연유산마을이 시작되는 선흘2리 표상을 너무도 주관적인 관점에서 표현한 것. 평범한 풍경으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저 주인공이 가진 가치를 그렸다.



森羅 위에 萬象
<수채화 79cm×35cm>


한라산 능선이 신비로운 마을이다. 선흘2리가 보유한 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한라산은 그 차분한 능선의 흐름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고민한 끝에 마을 남쪽 끝 교래리와 경계를 이루는 천미천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렸다. 하천 양쪽에 우거진 숲이 '나무들로 짜여진 그물'과 같은 분위기를 느낌을 줘 멀리 보이는 한라산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만상(萬象)이 돼버렸다. 하기야 한라(漢拏)는 은하수를 부여잡을 수 있으니 우주적 관점이 아니던가. 냇가의 돌들은 보이지 않으나 냇가를 덮어버린 나무숲의 야릇한 짜임공간이 밑에 냇물을 품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를 선택해 그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흘2리의 지형이 보유한 독특한 요소 때문이다. 저 멀리 한라산 동쪽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혹은 땅 속으로 흘러내린 물들이 흙붉은오름과 성널오름 사이에서 발원해 교래리 돔배오름 인근에서 냇가의 형태를 이루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다가 이곳을 지나 선흘2리 지경으로 잠시 들어왔다가 부대오름을 만나 더 이상 동쪽으로 가지 못하고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표선면과 성산읍 경계를 이루며 바다로 나가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을 이룬다.

오름들이 많다는 것은 물줄기마저 튕겨나가게 하는 힘이 있는 모양. 이 그림은 그러한 시사점을 전달하기 위한 의미이기에 앞서 선흘2리가 보유한 한라산의 포근함과 조금 높은 곳에만 올라도 느낄 수 있는 저 시각적 힐링을 담았다. 오름이 많다는 것은 숲(森羅·삼라)을 품은 것.

<제작지원=제주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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