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100달러 위조 지폐.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한라일보DB
[한라일보] 경찰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지정면세점에서 잇따라 발생한 위조 외국 화폐 사용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JDC가 최근 위조 외화로 면세품을 구매한 신원 불명의 용의자를 추적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JDC로부터 위조 외화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면세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명단을 넘겨 받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국제공항에 들어선 JDC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하려면 여권과 항공권을 제출해 신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JDC는 구매자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JDC면세점에서는 지난해 8월과 그해 11월 3개월 사이 각각 2건의 위조 외화 사용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JDC 내부 조사 결과 두 사건 모두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미화 100달러짜리(한화 기준 15만원 상당)을 위조한 위폐로 면세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됐다.
JDC면세점에서 사용된 위폐는 NH농협은행 제주본부와 외환 거래를 하는 홍콩의 A은행이 현지에서 처음 발견했다.
외환 거래는 서로 다른 국가의 통화를 은행끼리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JDC는 면세점에서 벌어들인 모든 외화를 매일 정산해 다음날 계좌가 개설된 농협은행에 보내고, 또 농협 측은 이렇게 받은 외화를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외환 거래 계약을 맺은 A은행에 보낸다.
A은행은 화폐 감별 과정에서 농협 측이 보낸 외화에 위폐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자 현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콩 경찰 감정 결과도 같았다.
이런 사실은 A은행을 통해 지난 4월 농협과 JDC에도 차례로 통보됐다. 수많은 지폐와 섞여 있던 위폐의 출처를 JDC면세점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건 농협은행과 A은행 모두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알 수 있게 별도의 표기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은 국제 금융 허브로 미국 연방은행 수준의 위폐 감별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위폐들은 현재 홍콩경찰이 소유하고 있다. 홍콩은 우리나라와 형사사법 공조 협약을 맺은 나라다. '국제형사사법 공조법'에 따라 각국 수사기관은 증거물을 서로 인도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홍콩 경찰에 사법 공조를 요청할 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선 피의자 추적 뿐만 아니라 증거품 확보도 중요하다. JDC면세점에서 사용된 위폐들은 국내 삼중 감시망을 모두 무력화 할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돼 실물을 확보해야 위조 수준을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보완 대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JDC 면세점은 외화를 받을 때마다 매장 내 감별기로, JDC와 현금 수송 계약을 맺은 위탁업체는 은행에 보내기 전 자신들이 보유한 감별기로, 농협은행은 외화가 도착하면 또다시 감별하지만 문제 위폐는 'JDC-수송업체-은행'으로 이어지는 삼중 감시망을 모두 통과했다.
지난 2022년과 2024년에도 JDC면세점에서 위폐가 사용됐지만 당시에는 은행 단계에서 적발됐다.
이는 과거보다 위폐가 더욱 정교하게 위조되고 있음에도 국내 감별 수준은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외국과 달리 국내 감시망이 위폐에 취약하면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제주는 국내 유일 무사증 지역으로 특정 국가 외국인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 범행에 노출될 우려가 더 크다. 이런 이유로 국가정보원도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주요 임무 중에는 위조 화폐 추적이 있다.
JDC는 위폐 사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면세점 200여개 모든 브랜드 매장에서 외화 현금을 받은 날짜와 액수를 기록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한편 JDC는 위폐 사용 사실을 통보 받고도 수개월 째 경찰 신고를 안하다 본보 보도(5월21일자 5면 보도) 후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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