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시인에게 어린 시절 바다는 친구들과 만나는 놀이터였다. 따개비, 소라게 모두가 친구였고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멱을 감았다. 어느 날 바다 골짜기가 하얗게 사막화되어 가고, 고래들이 폐그물에 갇혀 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시 바다로 향했다. 싱싱한 갯내음을 기대하고 갔지만 바다는 시름시름 아파하고 있었다. 시인은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조수웅덩이를 하나하나 살폈다. 게들이 슬금슬금 다가왔고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고둥이 고개를 내밀었다.
박희순 동시·신기영 그림으로 엮은 '바다를 마시는 조개'엔 그때 보고 들은 바다 이야기가 있다. "바다에게 사랑이 필요한 때"라는 이들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으면서 바다 친구들을 다시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시 그림책을 냈다.
'달랑게' '나비가 된 두동가리돔' '걱정 많은 청줄돔' '상처투성이 가시복' '아기 바다거북' '알락곰치와 청소새우' '줄도화돔' '갯민숭달팽이' 등 표준어와 제주어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명들의 삶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노래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병들어가는 바다의 모습도 담았다.
책 곳곳엔 QR코드를 삽입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접속하면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를 들을 수 있다. "이제부턴 우리가 바다를 품어주기로 해요. 바다처럼 살기로 해요." 두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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