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석의 백록담] 행정시장 공모제 결단이 필요하다

[위영석의 백록담] 행정시장 공모제 결단이 필요하다
  • 입력 : 2026. 08.31(월) 02:00
  •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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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난 20년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이끄는 행정시장 인선은 매번 '무늬만 공모'라는 혹독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거 공신이나 특정 인사의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진 뒤, 형식적인 공개 모집 절차를 거쳐 예외 없이 그 인물이 지명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최근 민선 9기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행보와 발언은 이러한 행정시장 공모제의 근본적인 한계와 개편 필요성을 다시 한번 공론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위 지사는 지난 7월 31일 공모 절차를 거쳐 제주시장에 이상봉 전 제주도의회 의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지명 사흘 만인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행정시장 공모제는 별 의미 없는 제도"라며 공모 절차 없이 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공모제로 사람을 앉힌 직후 제도를 부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책임 전가'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도의회 수장이 곧바로 임명직 시장으로 가는 구조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 지사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모두가 인지하면서도 외면해 왔던 행정시장 공모제의 실효성 부재를 가장 솔직하게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

본래 행정시장 공모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행정시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은 도지사의 정책 기조를 현장에서 전력으로 수행해야 하는 정무적 충성심이 요구되는 자리다. 이 간극 속에서 전문성을 품고 공모에 참여한 수많은 지원자는 들러리로 전락했고, 불필요한 절차 때문에 한 달이 넘는 행정 공백이 발생하는 낭비가 이어졌다.

이제는 이 해묵은 요식 행위를 끝내야 한다.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첫째,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공모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정무직 형태의 '도지사 직권 지명제'로 전환해야 한다. 차라리 도지사가 선거 과정에서부터 러닝메이트제를 강제해 도민의 선택을 받거나, 정무부지사처럼 책임지고 직접 지명한 후 도의회 인사청문회로 투명하게 검증받는 것이 훨씬 솔직하고 효율적이다.

둘째, 지명제로의 전환이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 비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행정시 책임운영제'의 실질적 보장이 병행되어야 한다. 위 지사는 행정시장이 도지사에게 보고하지 않는 관행이나 4급 이하 인사권을 가진 점을 지적했으나, 이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제주에서 행정시장의 최소한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였다. 행정시장을 직접 지명하되, 그에게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주민 밀착형 행정을 펴게 해야 한다.

행정시장 공모제는 이미 수명을 다한 임시방편의 제도다. 위성곤 지사의 발언이 단순한 인사 논란 회피용 설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에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제도 개선의 결단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위영석 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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