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낮 12시 제주대학교 내 한 식당. 거지맵에 등재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매해 학생들 사이 인기가 높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고물가 시대에 최근 20·30대 청년들 사이에 가성비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거지맵’이 떠오르고 있다. 이름이 주는 거부감에도 저렴한 식당을 찾아 헤매는 청년들의 비애가 담긴 웃픈(웃기고 슬픈) 유행이다.
22일 낮 12시쯤 제주대학교의 한 교내식당. 거지맵에도 등재된 이곳은 ‘오늘의 정식’ 메뉴를 6000원에 판매한다. 이날 메뉴는 백미밥과 미역국, 마라불닭, 마카로니치즈콘샐러드로 매일 점심과 저녁, 다른 메뉴가 제공된다. 식당은 입구부터 식권을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식당 내부는 이미 자리가 가득 차 시끌벅적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A씨는 “거지맵에 올라온 학교 내 식당이 있길래 이용해 봤다”며 “일반 식당 치고는 저렴하지만 요새는 학식도 기본 6000~6500원이라 부담된다. 이젠 도시락을 싸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주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운다. B씨는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 1만원이 넘으니까 점심은 주로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한다”며 “차라리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저녁을 집에서 푸짐하게 먹는 게 더 절약되는 것 같다”고 했다.
청년들 사이 지출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공유하는 ‘거지방’까지 생겨난 가운데 이곳에서 파생된 거지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지역의 8000원 이하 저렴한 식당 정보가 표시된 거지맵. 거지맵 사이트 갈무리
거지맵에는 주요 메뉴 가격이 8000원 이하인 식당만 등재될 수 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도 30여 곳의 식당이 공유됐다. 3000~4000원 짜장면부터, 5900원 파스타, 6000원 국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거지맵 목록에 오른 식당들은 입소문을 타 손님이 늘기도 하지만, 식자재값 인상의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정식을 5000원에 판매하는 기사식당 주인은 “거지맵 때문인지 요새 젊은 사람들이 좀 늘긴 했다”며 “공깃밥이 무한리필인데 쌀값이 크게 올라서 걱정이다. 식자재 가격이 다 올랐는데 이젠 플라스틱 용기값도 올랐으니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거지맵에 등재된 한 중국집은 최근 짜장면 가격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 식당 직원은 “가격을 안 올리고 싶었지만 원자재값이 다 올라서 1000원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이 가격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칼국수 가격은 1만375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김밥은 지난해 3월 3375원에서 지난달 3625원으로 7.4%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냉면은 9250원에서 9750원으로 5.4%, 삼계탕은 15750원에서 16250원으로 7.1% 가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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