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다. 여름철 폭염은 더 이상 잠시 견디면 지나가는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기후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지역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고, 폭염특보 발효 일수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제주를 '피서지'로 떠올리던 기억은 이미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원한 실내에서 견딜 수 있는 불편함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된다. 홀로 사는 어르신, 장애인, 저소득 가정, 만성질환자, 중증 정신질환자, 그리고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이웃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계절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켜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한여름을 온몸으로 버티는 취약계층도 적지 않다. 건강이 악화되어도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거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는 이웃들에게 폭염은 외로움과 불안마저 가중시킨다.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이미 폭염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건강 불평등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같은 폭염이라도 경제적 여건,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망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폭염은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이며,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돌볼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제주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공동체 정신, '수눌음'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수눌음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힘을 모아 함께 풀어가는 제주인의 생활문화다. 과거에는 농사일과 집안일을 나누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지역의 안전망을 촘촘히 엮어가는 연대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수눌음은 단순한 전통문화를 넘어 지역사회를 지키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행정과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제도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결국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러한 수눌음 정신을 바탕으로 「2026 우리제주, 희망여름 착!착!착! 나눔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인 성금은 냉방비 지원, 여름철 건강관리 물품 지원,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긴급지원 등 폭염에 취약한 이웃들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나눔은 꼭 성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부전화 한 통,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향한 작은 관심,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알려주는 한마디의 실천 또한 더없이 소중한 나눔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 된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냉방기기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서로를 살피고 함께 돕는 공동체의 힘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재난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 올여름, 「2026 우리제주, 희망여름 착!착!착! 나눔캠페인」을 통해 수눌음의 정신이 제주 곳곳으로 번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누구도 폭염 속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제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제주를 만들어 가는 일에 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동참을 부탁드린다.
기후위기의 시대일수록 공동체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곁의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지언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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